모스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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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열며.
  2. 안녕하세요, 모스.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3. 막상 3D 프린터를 일로 삼는 것은 얘기가 또 다를 것 같은데요.
  4. 고민이 많겠네요. 3D 프린터 작업 중에 좋아하는 것은요?
  5. 후니다 스튜디오는 재밌는 일을 하는 곳이군요!
  6. 배곳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수작업부터 얘기해보고 싶어요.
  7.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8. DIY에 대해서도 얘길 나누고 싶어요.
  9. 모스의 3D 프린터도 DIY 작업이잖아요, 맞죠?
  10. 이 모든 걸 혼자 공부하면 외롭진 않나요?
  11. 마치며.


1. 열며.

2024.05.15. 19:23 큰집에서.

벌써 졸업을 준비해야 한다.
모션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혼자서 에프터 이펙트만 공부하다가.
디자인적 소양을 기르고 싶다고 PaTI에 들어왔다.
모션그래픽에 대한 생각은 어느새 흐려지고
나는 픽셀을 고민하며 피지컬 컴퓨팅을 다루고 있다.
이게 과연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될까…?

걱정이 되는 한 편

생각하는 손.
이라는 바탕 생각
에서 드러나듯
수작업이 주를 이루는 배곳에서
비주류의 관심사를 갖고 홀로 공부하던 중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다.

기술을 다루는데 있어서
내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할지
혼란스러운
탓.


모스를 만났다.
PaTI에서 3D 프린터를 홀로 공부했던.
그와 나눈 대화에서 내가 가장 좋았던 점은…

이따금씩 펼쳐지던 침묵의 공간이다.

.
.
.
(F.O)


2. 안녕하세요, 모스.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M.
저는 파티를 졸업하고서 후니다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테크니컬 어시스턴트로 일했어요.
주로 전시나 여러 곳에 사용되는 작업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설계하고 실제로 제작하는 일을 도맡아서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후니다 스튜디오를 나왔어요.

요즘은 의뢰를 받아서 3D 프린터 건축 모형이라든가 피규어
그리고 모형 총 같은 거를 만들면서 지내고 있어요.
또 당장은 제 개인 작업실을 만들고 있기도 해요.
아무래도 큰 장비들이 계속 늘어나서 이제는 출가하려고요. (웃음)

D. 졸업 이후에도 3D 프린터로 계속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게 멋진데요.
처음 마음이 궁금해요.
모스가 처음 3D 프린터와 만난 계기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M.
생각보다 별 거 없긴 한데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했을 때였나
어느날 친구가 3D 프린터를 구해와서 저한테 자랑을 했어요.
저는 새로운 기계를 보면 써보고 싶은 마음을 못 참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럼 나도 사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3D 프린터를 바로 구매했어요.

그런데 막상 사용해보니까 아쉬운 것들이 보이는 거예요.
저도 워낙 기계를 이것저것 썼던 경험이 있다보니까 더 그랬던 거 같아요.
그때 산 프린터가 그리 좋은 모델이 아니기도 했고요.
적당히 싼 거면 괜찮겠지 하고 샀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가성비를 생각할 장비가 아니더라고요.
가격이 싼 만큼 성능이 안 좋고 고장 증세도 빈번하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그걸 하나씩 하나씩 수리하다 보니까 3D 프린터의 구조를 이해하게 된 거 같아요.
또 작동 방식이나 최적화 문제 등 여러 부분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꿔가며 공부를 했어요.
작품을 잘 출력하는 것 외에도 출력을 할 때 3D 프린터가 가진 문제점을 같이 보완해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프린터를 사용하게 되기도 했고요.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항상 저는 기계 장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고 싶어 해요.
저는 그렇게 공부해왔어요.


3. 막상 3D 프린터를 일로 삼는 것은 얘기가 또 다를 것 같은데요.

D.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3D 프린터를 하고 있는 거네요.
그런데 학생일 때랑 학교를 나와서는 고민되는 부분도 있었을 거 같아요.
이걸 내가 일로 삼아도 괜찮을까?
그런 순간이요.

M.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온 거 같아요.
3D프린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주변에 많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친구들이 혹시 3D 프린터는 이런 것도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그걸 만들어주고 하면서 의뢰를 받기 시작했어요.
대체로 친구들이 결과물에 만족해줘서 주변에 소문이 나고 다시 그게 퍼지고…
그런 식으로요.

D. 따로 고충 같은 건 없나요?

M.
아무래도 당장은 비수기와 성수기의 일의 양 차이가 큰 게 걱정이에요.
일이 많을 때에도 들어온 의뢰를 모두 처리하기엔 시간이 부족해요.
하나를 출력하는 데에도 며칠에 걸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아직 수익이 보장되지가 않네요.

그것 말고도 미팅을 하다 보면 겪는 문제도 있는데요.
그게 뭐냐면 아직 사람들이 3D 프린터를 잘 몰라요.
3D 프린터로 불가능한 것이 있는데도 그걸 요구하고 왜 안된다고 항의를 듣는 경우나
안되는 이유룰 설명해도 납득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3D 프린터가 적층식 출력 방식이라는 점을 들 수 있어요.
한 층씩 한 층씩 쌓아가며 출력을 하다보니까 경사가 생길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러다보니 아무리 고가의 장비로 출력해도 항상 결이 있어요.
그래서 후가공 작업이 별도로 필요해요.
퍼티를 발라서 마무리 한다든가 사포질을 한다든가
그런데 저같이 작은 규모로 일을 하면 후가공에 드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는거죠.
그렇게 되면 저한테 의뢰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격대가 아니게 되는 거에요.
그런게 문제에요.


4. 고민이 많겠네요. 3D 프린터 작업 중에 좋아하는 것은요?

D. 역시 쉽지 않군요.
모스가 좋아하는 3D 프린터 작업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어요.

M.
보통 일을 받으면 제가 가진 3D 프린터보다 작은 크기의 작업들을 출력해요.
그래서 가끔 3D 프린터를 꽉 채울 정도로 큰 작업을 출력하면 그게 참 재밌어요.
큰 크기의 작업을 한 번에 다 출력해냈을 때 그 쾌감이 있죠.

지금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후니다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던 스피커 호른이에요.
후니다 스튜디오는 워낙 다양한 것과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들다 보니까
큰 작업을 출력할 기회도 있었던거죠.
그 스피커 호른 같은 경우는, 한 번 뽑는데 3일 정도 걸렸어요.
3일 동안 3D 프린터에 문제가 없이 출력이 계속 돼야 하는거죠.
그래서 처음엔 저도 실패할 줄 알았는데, 성공해서 기분이 좋았던 게 생각납니다.


5. 후니다 스튜디오는 재밌는 일을 하는 곳이군요!

D. 어떤 계기로 후니다 킴 작가를 만나게 되었나요?
되게 재밌어 보여서요.

M.
후니다 킴 스승이 PaTI에 수업을 하러 온 적이 있었어요.
사운드 수업이었는데, 사실 저는 음악을 공부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래도 한 번 해보자 하는 생각에 들어갔는데
막상 해보니 제가 생각하는 음악이 아니라 8bit로 노이즈 만드는 걸을 하더라고요.
생각보다 기술적인 부분이 개입할 여지가 많았던 거에요.
그때 스승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무척 즐거웠어요.
그때 생각과 다른 음악 공부 때문에 대부분의 배우미들이 수강 철회를 했어요.
그래서 3명이서 수업을 들었던 것도 생각이 나네요.


6. 배곳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수작업부터 얘기해보고 싶어요.

D. 배곳 얘기를 좀 더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배곳에 들어와서 강렬하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수작업에 대한 열망이에요.
다들 수작업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계속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으니까 나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스는 어땠어요?

M.
저는 사실 아날로그 툴과 디지털 툴을 따로 나눠서 생각하진 않아요.
예를 들어 포스터를 만든다고 할 때도
그걸 직접 붓으로 칠해서 만드는 거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그려서 만드는 거하고
느낌이 아예 다르고 양쪽이 서로를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잖아요.
디지털 툴로 만든 작업은 디지털 작업만의 느낌이 있는 거고
아날로그 툴로 만든 작업은 아날로그 작업만의 느낌이 있는 거고.
그렇게 생각해요.

D. 저는 그래도 하드웨어를 만지는 일이 이 분야에서의 수작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직접 회로를 만들고 코드를 짜는 일이요.
또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수작업의 영역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핸드메이드 웹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M.
맞아요. 코딩도 충분히 수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코드를 짜는 것도 기계가 다 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무엇보다도 코딩은 글쓰기의 일종이기도 하고요.
글쓰기랑 거의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7.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요?

D. 지금 제가 듣고 있는 수업이 떠오르는 대답이네요. 혹시 관심이 가신다면…
모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뭔가요?

M.
맨 처음에 했던 수업이 기억에 남아요.
내 공간 멋짓기라는 수업인데 그 당시까지 제가 한 작업 중 제일 큰 규모의 작업이었어요.
아무래도 학창 시절에는 큰 작업을 경험할 기회가 없잖아요.
내 공간을 직접 만든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어요.
저는 책상이 완전히 절 둘러싸도록 엄청 크게 만들었어요.
책상에 창문도 붙이고 천장까지 덮어서 초소처럼 만들었죠.
나무를 직접 톱질해서 자르고 붙이고 한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많이 고생을 했어도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네요.


8. DIY에 대해서도 얘길 나누고 싶어요.

D.저는 그 수업에 대해서 얘기만 들어봤었는데, 근사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만든 책상도 온전히 나에게 맞춘 장비인 거잖아요.
그런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저는 DIY가 'Do it yourself'라는 뜻인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M.
저도 처음에는 DIY가 그 자체로 뜻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풀어 쓰면 간단한 얘기인데도요. (웃음)
저도 DIY라는 말에 매력을 느껴요.

저의 경우를 얘기하면...
처음에는 스스로 DIY를 한다는 인식이 없었어요.
그냥 고장나니까 고쳐서 쓰고 마음에 안드는 게 있으면 그것도 바꿔서 써보고 그랬죠.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학창 시절에는 발명 대회 같은 것도 많이 나갔고요.

D. 저는 DIY도 나를 표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M. 그쵸. 자기가 직접 만드는 거니까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D.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것을 만든다는 게 좋아요.

M. 저도 나의 것을 만든다는 게 좋아요.


9. 모스의 3D 프린터도 DIY 작업이잖아요, 맞죠?

D. 모스가 가진 3D 프린터도 DIY 작업인 거잖아요?
모스의 3D 프린터 얘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M.
사실 3D 프린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이
남들한테 없는 나만의 3D 프린터를 갖췄다는 거에요.
저는 3D 프린터를 제가 직접 제작해서 쓰고 있어요.

(사진을 보여주며)
정확히는 이 부분이 이제 원래 diy 프린터 프레임이 있어요.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걸 제 마음대로 컨버전했어요.
원래 없는 부분들을 제작해서 넣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기존 거랑은 아예 다른 걸 만들어요.
요즘은 3D 프린터들이 다 어느 정도 정형화가 돼가지고 기본적인 틀은 다 똑같은데요.
거기서 자기가 원하는 식으로 좀 더 커스터마이징을 하곤 해요.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얘가 대형 프린터고 아래에 있는 작은 프린터는 작은 걸 뽑는 애들이고...
계속 새로운 걸 만들고 있어요.

D. 부품 같은 거는 어디서 어떻게 구해요?

M.
제가 스스로 만들 수 없는 것들은 온라인이나 구로유통상가, 세운상가 같은 곳을 들러서 구하고요.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만들어서 쓰곤 해요.
또 3D 프린터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전기 배선 같은 거는 직접 공부해서 진행하고 하고요.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기본 틀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제가 원하는 걸 하나 가져와서
거기서부터 이제 하나씩 좀 더 제 방향에 맞는 식으로 코딩을 하고요.
예를 들어서 3D 프린터의 출력 속도, 최적화 문제, 열을 제어하는 문제 등등
여러 가지 신경써야할 게 있는거죠.


10. 이 모든 걸 혼자 공부하면 외롭진 않나요?

D. 저는 이런 것들을 혼자 방구석에서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이 들곤 해요.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기지는 않나요?

M.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게 생기면 정보를 찾다 보니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알게 되고 자꾸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거기서 문제에 대한 대화를 하다 보면 그분들하고 친해지고
이런 식으로 흘러가서 자의로 그런 분들을 찾지는 않았어요.
그냥 그 풀에서 놀다 보니 어느새 들어가 있는거죠.

D. 그렇군요. chatGPT는 활용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엄청 물어보는 편이에요.

M.
저는 잘 안 써요.
chatGPT는 기존 데이터를 가지고 대답을 제공하는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기존에 없는 걸 찾다보니 chatGPT가 유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한테는 직접 3D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 얘기가 더 소중해요.
당장 같은 문제로 머리 싸매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요.
그런 경험은 아무래도 chatGPT에서는 어렵지 않을까요?


11. 마치며.

M. 그러면 시간이 5시가 다 돼 가지구...

D. 음... 그렇네요.
다행인 것 같아요.
모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보람과 라온이 해줬던 말이 있어요.
말이 아예 없거나 말이 진짜 많을 거라고 했는데
이번 대화에서는 많은 말을 해주신 거 같아요.

M. 제가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얘기를 잘 못하는데요.
이번 대화는 주제가 저와 맞는 데가 있어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D. 급하게 준비해서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이네요.
나중에 글로 풀면서 궁금한 거 생기면 연락드릴게요!

M. 메일로 알려주시거나 그러면 제가 보고 다시 답변드릴게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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